□ 맑시즘 2008 개막식 연설문
촛불들의 축제 맑시즘 2008에 참가하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행진팀장이고, 반전반신자유주의노동자투쟁 다함께 운영위원 김광일입니다. 파병반대국민행동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소개하고 보니 저는 보수 언론이 말하는 이른바 “전문 시위꾼”입니다. 그러나 전문 사기꾼, 전문 절도범, 전문 시위 탄압꾼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모두가 전문 시위꾼이 돼야하는 것 아닐까요.
이 곳 조계사 앞마당에 지금 연등 달기 작업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이 연등은 거대한 한 단어를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그 단어는 바로 영어로 “OUT”, 아웃입니다.
조계사측에서는 대형 애드벌룬도 띄웠습니다. 청와대에서도 보이는 애드벌룬에 펄럭이는 대형 펼침막에는 어청수 퇴진, 이명박 공개 참회가 씌여 있습니다.
초등학생들도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조선일보>는 제가 초등학생들을 사탕과 빵으로 꼬드겨 이명박 비판 방명록을 작성하게 했다고 합디다. 이명박에게 사탕과 빵 한 트럭을 초등학생들에게 갖다 주라고 하십시오. 그런다고 그들이 이명박을 대통령을 인정하겠습니까?
제가 말씀드렸던 조계사 풍경, 이것이 바로 현 상황의 단면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 취임 6개월된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은 집권 말기 레임덕 정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일까요?
이런 상황은 바로 내일이면 100회차를 앞두고 있는, 계속되고 있는 촛불 항쟁, 저항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1300여명이 연행되고, 23명이 구속되고 8명이 수배가 됐지만, 이 운동의 끈질긴 생명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경찰이 집회와 행진을 봉쇄하고 물대포와 백골단으로 시위대를 위협하고 있지만 시위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전국적으로 어청수 퇴진 서명운동이 벌어졌고, 하루 동안에 무려 11만 명이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촛불 항쟁은 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촛불은 노동계급에게 매일 쏟아질 소나기,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 공세를 막아내는 우산과 우비 역할을 했습니다.
이 위대하고 완강한 저항의 배경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불도저 정책으로 더 강화하려 했던 신자유주의 정책, 거슬러 올라가면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체결 등으로 이어져왔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분노의 폭발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제 위기 상황에서 위기의 댓가를 피억압자들에게 온전히 전가하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와 저항의 표현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쌍코, 화장발, 소울 드레서 등이 깃발을 들고 꾸준히 집회에 참가했습니다. 이들의 깃발은 비정규직 고용, 고용 과정에서 외모 차별에 대해 저항하는 20대 여성들의 심정을 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건설자본의 이윤을 위한 대운하에 반대했고, 삼성 생명과 같은 이윤의 놀이터를 위한 의료 민영화에 반대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윤보다 인간이다”라는 국제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기치를 공유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스스로가 반신자유주의라고 표방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신자유주의, 시장주의 가치, 경쟁과 이윤을 우선시하는 체제에 도전한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저항은 1999년 시애틀에서 WTO에 반대했던 시위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고, 2001년 4주만에 4명의 대통령을 갈아치웠던 아르헨티나와 3년 동안 2번이나 대통령을 갈아치운 볼리비아 등 라틴 아메리카의 저항과 어깨를 걸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위대한 저항과 항쟁을 이어나가기 위한 저의 견해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 우리 촛불은 대운하, 의료와 공기업 사유화 등에 대한 촛불 항쟁의 저항은 이명박 불도저를 명박산성안에 가두어 뒀습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이명박 정부는 불도저를 꺼내들고 언론장악, 공기업 사유화, 교육개혁 등을 앞세워 돌진하려 합니다. 우리의 생활과 삶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명박에 맞서 촛불을 지키고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둘 째, 우리의 촛불은 앞서 언급했듯이 진화해왔습니다. 운동과 조직은 이를 적절히 포착하고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촛불 항쟁의 성과를 이어가면서도 이명박 정부의 일반화된 정책에 맞선 조직형태를 갖추는 것이 촛불을 유지하고 강화하는데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셋 째, 조직과 지도의 문제의 중요성입니다.
시위 초기에 확성녀, 승합차 지휘부와 ‘다함께’ 논란, 온라인에 대한 무비판적인 찬미.
자발성은 운동을 이끌고 확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시위가 가면 갈수록 운동에 대한 지도 문제는 더욱 현실적인 것이 됐습니다. 국가 탄압, 운동의 전망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이에 바탕한 운동을 조직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지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닙니다. 쌍방향의 것입니다. 운동의 방향을 둘러싼 토론과 논쟁은 필요하고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지도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배우기를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조중동 찌라시 등이 이번 맑시즘 2008-촛불들의 축제를 극좌파들이 촛불을 이용하려는 음모쯤으로 왜곡하려는 기사들은 터무니가 없는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다함께 회원들은 이 운동의 일부로서 확대하기 위해 노력했고, 운동의 전망을 내놓고 토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따라서 헌신적으로 함께했던 다함께는 촛불들과 함께 축제를 즐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중동 찌라시들을 한껏 조롱하며 4일을 맘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넷 째 조직된 노동계급 참가의 중요성입니다. 이들에게 중요한 힘이 있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이명박 정부의 미친 정책에 맞서 지하철과 철도가 멈추고, 울산의 대공장들이 파업하고, 전국이 마비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것은 이명박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입니다.
다섯 번째, 저는 우리 촛불이 2001년 9.11 이후 주요 국제반신자유주의 운동의 활동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제국주의 전쟁에 반대하는 것과 연결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냉전 해체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가 안정은커녕 더욱 불안정해지고 야만적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러시아와 그루지아의 전쟁을 보십시오. 그리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계속되고 있는 학살과 점령. 이란으로 확전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어륀쥐” 이명박 정부는 “비전투지원”을 “비군사지원”이라고 오역하면서 아프가니스탄 파병 요청이 없었다고 거짓말했습니다. 우리 촛불은 미친소 동맹 조지 부시와 이명박의 전쟁․학살 동맹에도 반대해 싸워야 할 것입니다.
프랑스 혁명 당시 생쥐스트가 했던 말을 마지막으로 연설을 마치겠습니다. “혁명을 절반만 성공시키는 것은 자기 무덤을 파는 짓이다”. 물론 촛불 항쟁은 혁명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의 촛불은 이명박 정부를 무덤으로 보낼 때까지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투쟁은 이윤보다 인간이 우선인 체제를 위한 우리의 염원을 실현시키는 중요한 다리가 될 것입니다. 수배자의 신분이지만, 정부 탄압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해 투쟁하도록 하겠습니다.



